에스터 마나스 복귀가 보여준 런웨이의 비교 기준
9월 29일 파리, 디자이너 에스터 마나스와 발타자르 들르피에르가 2년의 공백을 깨고 파리 패션위크 공식 일정에 복귀했다. 이 복귀가 단순한 재등장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숫자에 있다. 보그 비즈니스의 사이즈 포용성 리포트에 따르면 런웨이에서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차지하는 비율은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미 낮았던 0.8퍼센트에서 0.3퍼센트로 더 떨어졌다. 2016년 2퍼센트였던 수치가 2024년 0.8퍼센트, 2025년 0.3퍼센트로 주저앉은 흐름 위에 이번 공백의 몫이 그대로 얹힌 셈이다. 한 브랜드의 부재가 업계 전체의 포용성 지표와 나란히 읽히는 드문 사례이고, 그래서 이번 복귀는 컬렉션의 디자인보다 먼저 지금 패션위크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하는지를 묻게 만든다. 포용성을 한두 브랜드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는 없지만, 그 한두 브랜드가 사라졌을 때 지표가 실제로 더 나빠졌다는 사실은 숫자로 남는다. 2019년 파리에서 설립돼 사이즈 포용성만을 전담해온 이 하우스가 공식 일정에서 거의 유일한 좌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좌표 하나가 비면 지도 전체가 비는 구조였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난 셈이다.
이번 시즌의 핵심은 벨기에 란제리 브랜드 프리마돈나와의 협업이다. 1865년 독일의 코르셋 공방에서 출발해 1990년 벨기에 반 데 벨데 그룹에 인수된 프리마돈나는 90여 개 사이즈 체계를 운영해온 161년 역사의 브랜드로, 에스터 마나스는 이 오래된 아카이브에 접근해 시어 바디스타킹을 파스텔 톤으로 재구성했다. 레이스로 가장자리를 두른 구조적 패널, 아우터로 뒤바뀐 언더웨어, 치타 프린트와 차가운 톤의 베이비블루가 부딕치는 배치, 스트라이프 셔츠와 비즈로 장식된 스커트가 테크니컬한 재킷과 섞이고, 큼직한 박시 재킷 사이로 레이스가 언뜻 드러나는 구성이 이어졌다. 컬렉션명은 '섬하우 아이 매니지'로, 미국 드라마 《더 오피스》에서 마이클 스콧이 쓴 가상의 회고록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2년을 쉬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자각한 유머이면서도, 90여 개 사이즈라는 구체적 체계를 끌어와 캐스팅 다양성을 넘어 패턴과 제작 단계에서부터 사이즈를 다루는 방식을 보여준 점이 이전 시즌들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단발성 플러스사이즈 캐스팅이 아니라 161년 치 사이즈 데이터를 가진 파트너와 맞붙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비교 대상은 모델 몇 명이 섰는가가 아니라 어떤 사이즈 인프라를 참조했는가로 옮겨간다.
업계는 2020년대 초반 잠시 사이즈 다양성이 넓어지는 듯했지만 2024년부터 뚜렷하게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흐름은 에스터 마나스의 부재 기간과 정확히 겹친다. 2016년 2퍼센트, 2024년 0.8퍼센트, 2025년 0.3퍼센트로 이어지는 하락 곡선은 한 시즌의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다년간 지속된 축소다. 반면 미국 여성의 54.4퍼센트가 US14 이상, 즉 플러스사이즈 기준에 해당한다는 수치는 런웨이의 0.3퍼센트와 나란히 놓였을 때 시장 수요와 런웨이 재현 사이의 간극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절반이 넘는 소비자가 보고 싶어 하는 체형이 전체 캐스팅의 1퍼센트에도 못 미친다는 비교는, 이 브랜드가 왜 지금 다시 공식 일정에 서야 했는지를 설명한다. 에스터 마나스는 2019년 설립 이후 사이즈 포용성을 전담하는 몇 안 되는 파리 기반 하우스로 자리 잡았고 2023년 안담 프라이즈를 받으며 업계 안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그런 브랜드조차 2년을 비우자 지표가 바로 더 나빠졌다는 사실은, 포용성이 저절로 유지되는 흐름이 아니라 특정 플레이어의 지속적 참여에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라는 점을 보여준다. 디자이너들이 밝힌 것처럼 '섹시함이 원래 그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들과 섞이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태도 역시, 사이즈와 노출을 분리해 다뤄온 업계 관행에 대한 비교의 축을 하나 더 제시한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세 갈래다. 먼저 보그 비즈니스가 다음 시즌 리포트를 발표할 때 에스터 마나스의 복귀가 0.3퍼센트라는 수치를 실제로 끌어올렸는지가 가장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된다. 이번 시즌 한 번의 복귀로 끝나는지, 다음 파리 패션위크 공식 일정에도 이름이 남는지가 지속성을 가르는 기준이다. 두 번째는 프리마돈나와의 협업 라인이 실제로 어떤 형태의 제품으로 출시되고 가격이 책정되는지, 90여 개 사이즈 체계가 소매 단계까지 그대로 이어지는지다. 디자이너 캐스팅 차원의 포용성과 실제로 구매 가능한 사이즈 범위가 일치하는지는 매 시즌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 추적할 가치가 있다. 세 번째는 이 협업 모델, 즉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가 사이즈 데이터와 제작 역량을 오래 축적한 란제리 하우스와 짝을 이루는 방식이 다른 브랜드로 확산되는가다. 캐스팅에서 몇 명을 세우느냐를 두고 경쟁하던 업계가 어떤 사이즈 인프라를 참조했느냐로 비교 기준을 옮긴다면, 에스터 마나스의 이번 복귀는 한 시즌의 화제를 넘어 다음 시즌들이 서로 비교당할 기준점으로 남을 수 있다. 공식 일정이라는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비교값이므로, 다음 시즌에도 이름이 명단에 남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이 흐름을 추적하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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