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발신기구가 던진 심사기준 네 가지
지난 9월29일 도쿄 긴자식스 관세노가쿠도에서 처음 열린 '프리미엄 재팬 어워드 2026' 시상식은, 일본 문화를 다루는 여느 시상식과 조금 다른 기준표를 들고 나왔다. 품질, 국제적 관점, 혁신성, 지속성·미래성, 일본다움이라는 다섯 가지 축으로 전통공예부터 패션, 요리까지 전혀 다른 영역의 수상자를 한 무대에 올린 것이다. 대상은 요리 기술과 역사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일본료리대전'이, 패션 부문 특정프로젝트상은 미야마에 요시유키가 이끄는 '에이포크 에이블 이세이 미야케'와 100년 넘는 시보리 염색 기술을 현대화한 '스즈산'이 나란히 받았다. 서로 다른 재료, 다른 세대, 다른 산업에서 나온 수상작들이 같은 저울 위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보통 요리상과 패션상은 심사 모체도, 심사위원 구성도, 평가 언어도 따로 두는 것이 업계 관행인데, 이 어워드는 하나의 기준표로 전혀 다른 두 영역을 동시에 통과시켰다. 신설 어워드가 비교 대상도, 평가 축도 전혀 다른 수상자들을 똑같은 기준으로 나란히 묶었다는 점에서, 이 시상식이 처음부터 세운 기준표 자체를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 어워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심사 기준을 채우는 방식이다. 대상을 받은 '일본료리대전'은 요리사의 감각과 경험으로만 전승되던 암묵지, 즉 칼질이나 육수 내는 법 같은 조리 기술을 과학자·역사학자가 참여해 검증하고 문서화한 프로젝트다. 기술만이 아니라 그 기술이 놓인 자연관·연중행사·미의식까지 함께 기록했다는 점이 평가받았다. 패션 부문에서도 같은 축이 반복된다. 에이포크 에이블 이세이 미야케는 '한 장의 천(A Piece Of Cloth)'이라는 창립 철학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소재·제조공정 연구를 통해 AI 알고리즘으로 설계 가능성을 넓히는 쪽으로 움직였고, 스즈산은 아리마츠·나루미 지역에서 5대째 이어온 시보리 염색 기법을 현대 디자인에 이식하는 쪽을 택했다. 하나는 전통을 과학으로 번역하고, 다른 하나는 전통을 AI와 신소재로 확장했다는 출발점의 차이가 있을 뿐, 심사위원단은 둘 다 '혁신성'과 '지속성·미래성' 항목에서 동일한 저울에 올렸다. 전통을 그대로 보존한 결과물이 아니라, 전통을 다른 언어로 번역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게 만든 결과물에 상을 준 셈이다.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진 수상작들을 다섯 개 공통 기준으로 나란히 평가했다는 것 자체가 이 어워드의 가장 구체적인 변화이자, 앞으로 이 상이 어떤 작업을 더 우대할지 가늠할 수 있는 단서다.
이 어워드를 운영하는 일본문화발신기구(JCCO)는 2024년 11월에야 설립된 신생 단체다. 설립 배경으로 내세운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방일 관광객이 늘고 해외에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정작 해외로 전해지는 정보는 표면적인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어워드 운영뿐 아니라 조사·연구, 세미나, 인재 육성, 기업 간 사업 연계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이사로 에르메스재팬 사장과 에르메스 본사 부사장을 지낸 사이토 미네아키가, 전무이사로는 온라인 매체 '프리미엄 재팬'을 운영하는 시마무라 미오가 선임됐고, 이사진에는 기쿠노이 사장, 마쓰다 브랜드디자인 수석, 파나소닉홀딩스 CCO,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고문, 와코 사장 등 각기 다른 업종의 인물들이 올랐다. 이런 구성은 우연이 아니다. 스즈산이 지키는 시보리처럼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전통 기예가 있는 한편, 에이포크처럼 AI·신소재와 결합해 현재진행형으로 진화하는 영역도 있다는 것을, 같은 시상대 위에서 동시에 증명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전통 보존과 현대적 혁신을 별개 트랙으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심사기준 안에 넣었다는 점에서, 이 어워드는 일본 문화산업이 스스로를 어떻게 설명하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로 볼 만하다.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지금, 겉모습 대신 배경 서사를 함께 팔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첫 회인 만큼 지금 확인해 둘 것은 이 어워드가 다음에 어떤 영역으로 범위를 넓히는지다. 이번 시상식은 전통예술·현대문화·식문화 등 폭넓은 영역에서 개인과 단체, 특정 프로젝트까지 함께 선정했고, 심사는 온라인 매체 '프리미엄 재팬' 편집부가 중심이 되어 진행한 뒤 JCCO 이사회 승인을 거쳐 확정하는 2단계 구조를 취했다. 이 구조가 다음 회에도 유지되는지, 아니면 외부 심사위원이 추가되는지는 어워드의 신뢰도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다. 또한 올해는 패션 부문에서 두 팀만 호명됐지만, 이사진에 료칸 컬렉션 대표나 와코 사장처럼 리테일·호스피탤리티 업계 인사도 포함돼 있어 다음 회부터 수상 영역이 숙박·유통 쪽으로 세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지켜볼 대목은 대상을 받은 '일본료리대전'처럼, 암묵지를 체계화하는 작업이 패션 영역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지다. 에이포크와 스즈산이 보여준 두 갈래, 즉 기술로 확장하는 전통과 과학으로 기록되는 전통이 다음 회에는 어떤 다른 영역에서 또 교차할지가 이 신생 어워드의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수상작 선정 기준이 매년 어떻게 조정되는지를 따라가 보면, 일본이 스스로의 문화산업을 해외에 어떤 순서로 설명하고 싶어하는지도 함께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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