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부터 U23까지, 공급 범위로 읽는 선택
유니클로가 일본휠체어바스켓볼연맹(JWBF)과 2029년 3월31일까지 이어지는 공식 스폰서 겸 공식 서플라이어 계약을 체결했다. 지원 대상은 성인 국가대표팀 하나가 아니라 남자 대표팀과 여자 대표팀, 그리고 U23 남자팀과 U25 여자팀까지 네 개 팀으로 설정됐다. 선수단 전체에 유니폼과 이동복, 연습복까지 공급하는 조건이라 한 종목의 대표선수 한 명을 후원하는 수준의 계약이 아니다. 눈에 띄는 지점은 규모보다 시점이다. 유니클로는 불과 한 달 전인 9월 초에 남자 프로농구 B리그와도 파트너십을 발표했는데, 비장애인 프로리그와 장애인 국가대표 체계를 같은 달에 나란히 손에 쥔 셈이다. 두 계약을 따로 놓고 보면 각각 하나의 보도자료일 뿐이지만, 날짜를 맞춰 비교하면 이번 건이 단발성 후원이 아니라 농구라는 종목 전체를 가로지르는 투자 설계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어느 한 팀, 어느 한 대회만 떼어 보고는 설명이 안 되는 규모이기 때문에, 이 소식은 발표 그 자체보다 같은 시기에 나온 다른 계약과 겹쳐 읽을 때 의미가 분명해진다. 결국 이번 체결을 하나의 단독 소식으로 읽을지, 농구 전반에 걸친 후원 지도의 한 점으로 읽을지에 따라 기사의 무게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번 계약에서 비교해 볼 축은 세 가지다. 첫째는 지원 범위다. 기존에 성인 대표팀 단위로 맺던 스폰서십과 달리, 이번에는 U23 남자팀과 U25 여자팀이라는 육성 단계까지 포함됐다. 유니폼을 입는 선수가 국가대표 1진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선수층까지 넓어졌다는 뜻이다. 둘째는 디자인 기준이다. 새 유니폼의 콘셉트는 떠오르는 해를 모티프로 한 '라이징 선'으로, 선수단의 JAPAN 로고는 선을 더 굵게 처리하고 전방으로 기울어진 자세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도록 배치를 바꿨다. 이전 유니폼과 비교하면 착용 자세를 고려한 가시성 설계가 새로 들어간 셈이다. 셋째는 기능 사양이다. 휠체어농구는 장시간 좌식 자세로 움직이는 종목이라 땀이 차는 문제가 선수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는데, 이번 유니폼은 땀을 흡수해도 보송한 상태를 유지하는 드라이 기능 소재를 적용했다. 허벅지를 벨트로 고정하는 특성을 감안해 신축성도 끌어올렸고, 휠체어와 접촉해 걸리는 사고를 막기 위해 상의와 하의 모두에서 슬릿을 없앴다. 세 축 모두 기존 유니폼이 풀지 못한 구체적 불편을 하나씩 겨냥한 변화로, 디자인 테마와 기능 사양이 동시에 바뀐 사례라는 점에서 비교 가치가 있다.
이 계약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유니클로의 장애인 스포츠 지원은 2009년 휠체어테니스 레전드 구니에다 신고를 첫 글로벌 앰배서더로 세우면서 시작됐다. 구니에다 신고는 그랜드슬램 50개 타이틀을 쌓은 선수로, 이후 유니클로는 남자 휠체어 선수 고든 리드를 앰배서더로 추가했고 국제테니스연맹이 주관하는 휠체어테니스 투어의 타이틀 스폰서도 맡아 왔다. 구니에다 신고는 2023년 현역에서 물러난 뒤 같은 해 JWBF 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이번 파트너십 체결에서도 다리 역할을 했다. 즉 이번 계약은 테니스 쪽에서 쌓아온 10여 년의 신뢰 관계가 농구 쪽으로 확장된 결과에 가깝다. 타이밍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9월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2026 IWBF 세계선수권에서 일본 남자팀은 6위, 여자팀은 8위를 기록했는데, 메달권에는 못 미쳤지만 국제 무대에서 성적표를 받은 직후 스폰서 계약이 공개됐다. 세계선수권 결과를 확인한 다음 장비 투자를 발표하는 순서는, 성적과 무관하게 먼저 후원을 약속하는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여기에 9월 B리그 파트너십까지 겹쳐 놓으면, 유니클로가 한 시즌 안에 비장애인·장애인 농구를 동시에 지원 범위에 넣은 흐름이 뚜렷해진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날짜로 정리된다. 새 유니폼이 실전에서 처음 등장하는 무대는 10월18일부터 24일까지 아이치·나고야에서 열리는 2026 아시아패러대회다.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6위, 여자 8위를 받은 대표팀이 홈 대륙 대회에서는 어떤 성적을 내는지, 그리고 드라이 소재와 슬릿 제거 같은 기능 변경이 실제 경기에서 체감되는지가 함께 드러나는 자리다. 계약 기간도 눈여겨볼 조건이다. 이번 파트너십은 2029년 3월31일까지로 설정돼, 단일 대회 한 번을 지원하는 계약이 아니라 최소 두세 번의 국제대회 주기를 포괄하는 다년 계약이다. 같은 달에 발표된 B리그 파트너십과 기간·범위를 나란히 비교해 보면, 유니클로가 종목마다 어느 정도 규모로 투자하는지 가늠할 기준이 생긴다. 또 하나 지켜볼 것은 U23·U25 육성팀의 행보다. 육성 단계까지 유니폼을 공급받는 구조가 성인 대표팀 성적에 실제로 연결되는지는 몇 시즌이 지나야 확인되는 변수이고, 이번 계약이 일회성 이벤트 후원인지 장기 육성 투자인지를 가르는 진짜 기준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비교해 둘 만한 것은 유니클로의 기존 파라스포츠 후원 궤적과의 거리다. 2009년 앰배서더 계약, 2014년 투어 타이틀 스폰서, 이번 JWBF 계약까지 늘어놓으면 한 종목(테니스)에서 쌓은 신뢰를 다른 종목(농구)으로 옮기는 데 10년 넘게 걸렸다는 뜻이 된다. 앞으로 이 속도가 더 빨라지는지, 즉 농구에서의 경험이 다시 다른 종목으로 이어지는 주기가 짧아지는지를 다음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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