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브리튼 90년대 전시, 실무자가 큐레이팅한다
테이트브리튼이 다음 달 개막하는 전시 《The 90s: Art and Fashion》의 큐레이터로 미술사학자가 아니라 패션 매거진 편집장을 앉혔다. 주인공은 에드워드 에닌풀이다. 그는 1991년 열여덟 살의 나이로 i-D 매거진 역대 최연소 패션 디렉터에 올라 1990년대 내내 런던 문화 생산의 최전선에 있었고, 이후 보그 이탈리아·미국판 보그·W매거진을 거쳐 2017년 영국판 보그 편집장 자리까지 올랐다. 국립 미술관급 기관이 한 시대를 다루는 전시의 지휘봉을 그 시대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실제로 만든 실무자에게 맡겼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누가 한 시대를 설명할 자격을 갖췄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던진다. 게다가 에닌풀은 2022년 회고록 《A Visible Man》에서 1980년대 상업 패션 이미지를 "천박하고 과장되고 가짜였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어, 이번 큐레이션은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벼려온 미학적 판단을 공식 무대에 옮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기존에 시대별 패션 전시가 미술사·의상사 연구자의 학술적 프레임으로 짜여졌다면, 이번 전시는 그 시대의 이미지를 실제로 생산한 당사자의 안목으로 짜인다는 점이 다르다. 에닌풀은 1991년부터 i-D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90년대 전체를 현장에서 통과했고, 이후 보그 이탈리아·미국판 보그·W매거진·영국판 보그(2017년 편집장 취임)까지 거치며 패션 매체 최상위 직함을 두루 경험했다. 이 이력 자체가 하나의 비교 기준이 된다 — 전시를 볼 때 "이 옷과 이미지가 왜 그 시대를 대표하는가"를 판단하는 근거가 학술적 분류가 아니라, 실제로 그 옷을 입히고 그 사진을 찍게 한 사람의 현장 감각이라는 뜻이다. 회고록에서 그는 1980년대를 "다이너스티 같고 과도하며 종종 가짜였다"고 규정하며 90년대를 "진정성을 갈구한 세대의 전환기"로 대비시켰는데, 이 이분법이 전시 구성의 밑그림으로 그대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즉 이번 전시는 단순히 90년대 아이템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80년대와 90년대라는 두 시대의 미학적 기준을 나란히 놓고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비교 전시에 가깝다.
패션 매거진 편집장이 미술관 전시를 큐레이팅하는 흐름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90년대를 정면으로 다시 소환하는 시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90년대 패션·문화는 최근 몇 년간 컬렉션과 스트리트 신에서 지속적으로 참조돼 온 코드이고, 그 시절을 실제로 만든 인물들이 여전히 현업 최상위에 있는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에닌풀처럼 90년대 현장과 2020년대 편집장 자리를 동시에 경험한 인물이 활동 가능한 시간은 한정적이며, 그 세대가 직접 자기 시대를 정리해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국면이라는 점이 전시의 시의성을 만든다. 또한 그가 회고록에서 던진 취지의 발언, "휴대폰이 있었다면 우리는 전부 캔슬됐을 것"이라는 언급은, 소셜미디어와 상시 감시가 없던 시절의 자유분방함이 지금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대비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이미지 생산과 소비 방식이 완전히 다른 두 시대 — 필름과 잡지로 유통되던 90년대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검증되는 지금 — 를 나란히 놓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되짚어보게 만드는 지점이다.
전시는 다음 달 테이트브리튼에서 개막하며, 원문 인터뷰는 개막을 앞두고 여름 폭염 속 테이트브리튼 지하 사무공간에서 진행됐다고 밝히고 있어 준비가 막바지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독자 입장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전시가 실제로 어떤 작품·의상·사진을 선정해 "90년대"를 정의하는지, 즉 에닌풀 개인의 취향과 90년대 전체를 대표하는 아카이브 선정 기준이 얼마나 겹치고 갈리는지다. 둘째, 함께 언급된 케이트 모스 등 90년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이미지가 전시에서 어떤 비중으로 다뤄지는지도 비교해볼 만하다. 셋째, 매거진 편집장 출신 큐레이터의 전시가 기존 미술관 학예사 주도 전시와 관람객 반응·비평에서 어떻게 다르게 평가받는지는, 앞으로 다른 기관들이 업계 실무자를 큐레이터로 초빙하는 선례가 될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개막 이후 공개될 전시 구성과 평단 반응을 함께 확인하면, "누가 한 시대를 큐레이션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조금 더 구체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