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개 단체가 동의한 지속가능 패션 기준
10월 5일 도쿄 오테마치 니혼게이자이홀에서 일본 환경성과 경제산업성, 소비자청이 함께 '서스테이너블 패션 캠페인'을 발족했다. 세 개 부처가 하나의 캠페인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것부터 이례적인데, 그만큼 옷을 사고 입고 버리는 일상의 기준을 정부가 직접 제시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날 발표한 로고와 캐치프레이즈 '옷 갈이의 마음가짐(衣替えのこころがけ)'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기업 89곳과 단체 26곳, 자치단체 5곳, 대학 1곳을 합쳐 모두 121개 조직이 동시에 서명한 행동 기준이다. 캠페인이 눈에 띄는 이유는 메시지의 참신함이 아니라, 그동안 브랜드마다 제각각이던 지속가능 패션 담론을 '무엇을 먼저 비교하고 무엇을 뒤에 둘 것인가'라는 하나의 순서로 정리했다는 점에 있다. 정부가 로고와 캐치프레이즈라는 가벼운 형식을 택했지만, 그 뒤에는 121개 조직이 동시에 움직이는 제도적 장치인 '서스테이너블 패션 파트너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발족을 가볍게 볼 수 없게 만든다. 환경성이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고 경제산업성, 소비자청과 보폭을 맞췄다는 점은, 이 캠페인을 하루짜리 홍보 행사가 아니라 생산과 유통, 소비 전 단계를 겨냥한 정책 묶음으로 봐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로고나 문구가 아니라, 환경성이 공모 전부터 제시한 네 가지 행동 기준이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을 점검하고 손질해 오래 입는 것이 첫 번째,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은 버리지 말고 리유즈로 돌리는 것이 두 번째,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옷은 리사이클로 보내는 것이 세 번째, 그리고 새 옷을 살 때는 생산지와 품질, 환경정보가 공개된 제품을 고르는 것이 네 번째다. 이 네 단계는 순서 자체가 비교 기준이다. '버릴지 말지'를 묻기 전에 '오래 입을 수 있는지'를 먼저 묻고, '새로 살지'를 묻기 전에 '정보가 공개된 제품인지'를 먼저 묻도록 설계됐다. 로고는 장롱 위에 하트를 올린 모양으로, 옷에 대한 애정이라는 감정적 접점을 비교 기준 앞자리에 배치했다. 기존에는 브랜드마다 저마다의 기준으로 '친환경', '에코'를 표기해 소비자가 매장을 옮겨 다니며 브랜드별 기준을 일일이 비교해야 했다면, 이번 네 가지 기준은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되는 하나의 척도라는 점에서 구조 자체가 다르다. 기업 89곳과 단체 26곳, 자치단체 5곳, 대학 1곳까지 성격이 전혀 다른 121개 조직이 같은 기준에 동시에 서명했다는 사실은, 이 기준이 업계 내부 약속을 넘어 소비자가 매장에서, 혹은 옷장 앞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공통 척도로 설계됐다는 뜻이다.
캠페인이 10월 초,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발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에서 '고로모가에(衣替え)'는 여름옷과 겨울옷을 교체하는 고유한 생활 풍습인데, 심사를 맡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이 지점이 논의의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옷장을 열어 계절옷을 바꿔 넣는 그 순간이야말로, 1년에 두 번 자연스럽게 옷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는 유일한 생활 계기이기 때문이다. 캠페인이 '지속가능성'이나 '리사이클' 같은 단어를 캐치프레이즈에서 일부러 빼고 '마음가짐'이라는 생활 밀착형 표현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 쪽에서 보면 시점은 더 절박하다. 경제산업성은 국내에서 버려지는 의류의 약 70퍼센트가 복합소재 섬유라고 설명했는데, 이 소재는 섬유를 분리하기 어려워 기존 리사이클 체계로는 처리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지속가능 대응을 비용 부담으로만 보던 기존 업계 인식과 달리, 경제산업성은 이를 새로운 수요와 부가가치, 즉 국제 경쟁력으로 연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비자가 매일 옷장 앞에서 적용할 비교 기준과, 산업이 뒤에서 진행해야 할 재자원화 기술 개발이라는 두 시계가 같은 시점에 맞춰 함께 돌아가기 시작한 셈이다.
이번 총회는 '시작점'이라는 표현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먼저 지켜볼 것은 121개 파트너 조직이 네 가지 기준을 각자의 매장과 서비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번역하는지다. 참여 주체가 기업 89곳부터 대학 1곳까지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준이라도 적용 방식과 속도는 조직별로 비교할 만한 차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볼 지점은 경제산업성이 공언한 복합소재 재자원화 기술 개발과 트레이서빌리티, 즉 소재와 환경정보의 추적가능성 확보 작업이 실제 제품 라벨이나 공개 정보로 언제 이어지는지다. 네 번째 행동 기준인 '정보가 공개된 제품 선택'은 이 트레이서빌리티 작업이 먼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실행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에, 정책과 캠페인 문구 사이의 간극이 메워지는 속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파트너 제도가 앞으로 매년 총회를 반복하며 참여 조직 수와 구체적 성과를 어떻게 공개하는지도, 이 캠페인이 한 번의 구호에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비교 기준으로 자리 잡는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다음 총회에서 121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그리고 그 사이 네 가지 기준이 실제 매장 라벨이나 안내문으로 바뀌어 나오는지가 이 캠페인의 체감 속도를 보여주는 가장 간단한 비교값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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