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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 2년 후, 사센이 선택한 세 개의 방

교토그래피 회고전 이후 첫 도쿄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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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kJu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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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ed2026-09-19
StatusDesk verified

네덜란드 출신 사진가 비비안 사센의 개인전 'Myriads'가 9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도쿄 하라주쿠의 아트갤러리 '더 매스'에서 열리고 있다. 2024년 교토그래피에서 1990년부터 2023년까지의 작업을 총망라한 대규모 회고전 'PHOSPHOR'를 선보인 지 2년 만의 일본 개인전인데, 이번에는 회고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기와 기법을 나란히 놓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나의 서사로 30년을 정리했던 앞선 전시와 달리, 이번 전시는 3개 갤러리마다 다른 시간대의 작업을 병치해 관람객이 직접 시기를 비교하며 읽도록 구성됐다는 점에서 같은 작가의 전시라도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패션 브랜드 캠페인 비주얼을 다수 담당해온 그의 색채 감각이 30년 사이 어떻게 쌓여왔는지를 한눈에 따라가 볼 수 있는 구성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전시는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이 달라졌나

2024년 'PHOSPHOR'전은 파리, 교토, 상하이, 암스테르담, 베를린, 스톡홀름, 마드리드까지 순회한 대형 기획으로, 패션과 아트를 아우른 사센의 전체 이력을 하나의 흐름으로 압축해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Myriads'는 '더 매스'가 보유한 3개의 갤러리 공간을 각각 다른 컨셉으로 나누는 방식을 제안했고, 사센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구성이 확정됐다. 1층 갤러리에는 주로 2000년대 초반에 제작된 초기작을 전시하는데, 이 중에는 작가 본인이 아카이브를 다시 살펴보다 발견한 미발표작도 포함돼 있어 일반 관람객에게는 이번이 첫 공개다. 여기에 최근 사진 위에 직접 물감으로 페인팅을 더한 신작도 함께 걸린다. 다른 공간에서는 30년 가까이 이어온 장기 연작 'Frau Holle' 시리즈가 소개된다. 즉 한 전시 안에서 '2000년대 초반의 미공개작', '최근의 회화적 개입이 더해진 사진', '30년째 진행형인 연작'이라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시간축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게 짜여 있다. 회고전이 시간순으로 훑는 구성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같은 작가의 다른 시기 작업을 나란히 두고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여전한지를 관람객이 스스로 견주게 만드는 구성이라는 차이가 있다.

왜 지금인가

이번 전시가 열리는 시점은 사센에게도 일종의 전환기다. 2024년의 대규모 회고전이 지난 30여 년의 이력을 한 차례 정리하는 자리였다면, 그 직후 그가 택한 다음 행보는 새로운 전시 순회가 아니라 탄자니아에서의 1년 체류다.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남편을 따라가는 일정인데, 두 사람의 배경을 보면 우연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남편은 어린 시절을 탄자니아에서 보냈고, 사센 본인도 유년기를 케냐에서 자랐다. 게다가 사센의 아버지와 남편의 아버지 모두 동아프리카에서 활동한 의사였다는 공통점까지 있다. 색채 감각의 원천으로 늘 꼽혀온 아프리카에서의 유년 경험이, 회고전으로 경력을 한 차례 정리한 직후 다시 물리적인 귀환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업계 맥락에서 보면, 대형 순회 회고전을 마친 작가가 곧바로 다음 대작을 예고하기보다 거처를 옮겨 창작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번 도쿄 전시가 신작 예고 없이 과거 아카이브 재발굴과 진행형 연작을 나란히 배치하는 데 그친 것도, 다음 작업의 방향이 탄자니아 체류 이후에나 구체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즉 지금은 결과물이 아니라 '다음 결과물이 나오기 전 마지막 정리 단계'를 보여주는 시점이라는 데 이 전시의 의미가 있다.

다음에 볼 것

전시는 11월 8일까지 하라주쿠 '더 매스'에서 계속된다. 3개 갤러리를 각각 둘러보면서 초기작·회화적 개입이 더해진 신작·장기 연작이라는 세 축이 실제로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비교해보는 것이 이번 전시를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다. 특히 1층의 미발표작은 이번이 첫 공개인 만큼, 기존에 알려진 사센의 대표작들과 색감이나 구도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견주어볼 만하다. 전시 이후 행보도 지켜볼 지점이다. 사센은 앞으로 1년간 탄자니아에 머물며 신작을 구상할 예정인데, 빛과 냄새, 색채가 강렬하고 생명력이 짙게 느껴지는 환경이라고 알려진 만큼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작업해온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탄자니아 체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나올 후속 전시나 발표가 이번 'Myriads'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비교해보는 것이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Myriads#Viviane Sassen#KYOTOGRAPHIE#Frau Holle#WWD#PHOSPHOR
Repuse Lab · 2026-09-19 ·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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