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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가 발롬 문화를 차분하게 번역한 방식

마이클 라이더 5번째 쇼, 무엇이 비교 대상인가

Spec SheetMeasured
DeskJuwon
FormatVerified
Checked2026-10-05
StatusDesk verified

파리 패션위크 마지막 주말, 셀린느가 고른 무대는 화려한 런웨이 세트가 아니라 파리국립기록보관소 안에 지어진 초가지붕 해변 오두막이었다. 하얀 벽과 초가지붕으로 꾸며진 이 공간은 미코노스나 하이드라, 산토리니 해변에서 볼 법한 비치클럽 라운지에 가까웠다. 마이클 라이더는 공개 첫 순간부터 1990년 다큐멘터리 '파리 이즈 버닝'의 음성을 틀었다. 드래그 공연자 도리안 코리의 목소리가 "나는 늘 큰 스타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그 기대를 조금씩 낮추게 되지만, 그래도 어떤 인상은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한다,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다"는 문장을 흘렸다. 코리는 이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지 3년 만에 에이즈 관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라이더의 셀린느 다섯 번째 런웨이에 SZA와 K팝 그룹 TWS 전원이 객석에 앉아 있었지만, 이 쇼에서 진짜 비교할 지점은 유명인 라인업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 발롬 문화의 화려함을 인용한 쇼가 오히려 절제된 무드로 풀렸다는 간극, 그리고 그 간극이 라이더가 셀린느에서 두 차례 쌓아온 이력과 맞물리는 방식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라이더는 이 무대가 셀린느에서 처음도 아니고, 외부에서 새로 들어온 디렉터도 아니다. 그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셀린느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고, 발렌시아가를 거쳐 2025년 에디 슬리먼의 뒤를 이어 셀린느 아트디렉터로 복귀했다. 같은 하우스를 두 차례 맡은 이력은 이번 쇼를 평가할 때 비교 기준점을 만들어 준다. 슬리먼 체제가 록앤롤 실루엣과 강한 콘트라스트로 기억된다면, 라이더의 다섯 번째 쇼는 정반대 방향에서 움직였다. 참조 소재는 1990년대 뉴욕 발롬 신의 과시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 문화였지만, 실제 룩은 블랙 실크로 문을 열며 가라앉은 톤을 유지했다. 무대는 뉴욕 발롬 신의 런웨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고, 대신 차분하고 절제됐으면서도 완성도 높은 쪽으로 흘러갔다. 원전이 가진 과장되고 폭발적인 에너지와 실제 무대에 오른 절제된 실루엣 사이의 거리, 그 거리가 이번 쇼를 단순한 인용이 아니라 해석의 결과물로 읽게 만드는 지점이다. 음악에서도 같은 태도가 읽힌다. 오프닝에서 에리카 바두의 곡이 흐르는 동안 룩은 무겁지 않게, 하지만 가볍지도 않게 이어졌다. 공연적 과장을 덜어내고도 원전이 가진 존엄함은 그대로 가져가려 한 태도가, 이번 쇼 전체를 관통하는 연출 방향이었다.

왜 지금인가

이 쇼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유명인 객석 때문만이 아니라, 패션계 전반이 발롬 문화와 퀴어 서브컬처를 참조하는 흐름과 정확히 겹치는 시점에 나왔기 때문이다. 메인스트림 하우스가 서브컬처 미학을 가져올 때, 과거에는 원전의 에너지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시도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그것을 절제된 언어로 번역해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라이더의 쇼는 그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읽힌다. 객석 구성도 이 흐름과 맞물린다. SZA와 TWS 외에도 트레이시 엘리스 로스, 리사 보넷, 한나 아인바인더, 다니엘 레비, '더 베어'의 에이본 모스-바라크, 그리고 과거 '크리스틴 앤 더 퀸즈'로 활동했던 라힘 레드카까지 자리했다. 서로 다른 음악·방송·퀴어 신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 쇼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발롬 문화가 특정 커뮤니티만의 레퍼런스에서 메인스트림 패션이 공공연히 호출하는 자산으로 옮겨갔다는 신호로 읽힌다. 체제 교체 이후 다섯 번째 쇼라는 숫자도 의미가 있다. 디렉터가 부임 초기의 실험 단계를 지나 자신의 언어를 다져가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파리 이즈 버닝'이 다룬 것은 1990년 뉴욕에서 흑인·라틴계·게이·트랜스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예술과 정체성의 기록이다. 그 원전을 패션위크 메인 무대에 올린다는 선택 자체가, 서브컬처가 더 이상 주변부 레퍼런스가 아니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객석에 앉은 K팝 그룹 TWS 전원의 참석도 단발성 섭외로 보기는 어렵다. 그룹 전체가 함께 앉은 장면은 섭외 단위가 개인에서 그룹으로 바뀌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쇼가 실제 판매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고, 룩북이 공개된 뒤 바잉 시즌 반응을 지켜봐야 확인할 수 있다. 절제된 실루엣이 어떤 가격대와 라인업으로 풀리는지가 다음 비교 기준이 될 것이다. 쇼장의 분위기와 실제 매장에 걸릴 옷 사이에도 거리가 있을 수 있어서, 그 간극이 얼마나 좁혀지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어질 쇼들이 원전과 결과물 사이의 간극을 계속 반복할지, 아니면 더 과감하고 직접적인 쪽으로 이동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한 번의 쇼만으로는 방향을 확정하기 어렵고, 연속된 시즌을 쌓아 비교할 때라야 패턴이 드러난다. 그 패턴이 쌓여야 라이더가 셀린느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일시적 레퍼런스인지, 지속적인 스타일 언어인지가 분명해진다. 객석 라인업이 계속 유지되는지, 아시아 아티스트 섭외가 앞으로도 그룹 단위로 늘어나는지도 함께 지켜볼 지표다. SZA는 밴스의 첫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는 인물이기도 해서, 그가 이런 쇼를 직접 챙겨보는 모습은 패션 하우스와 음악·브랜드 인사들 사이의 교류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가늠하게 하는 요소다.

#Celine#Gallery#Saturday#Erected#Paris’ Mus#Archives Nationales
Repuse Lab · 2026-10-05 ·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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