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제스처와 조용한 순간, 정답은 없다
영국 작가 커티스 가너(Curtis Garner)와 윌리엄 레이펫 헌터(William Rayfet Hunter)가 데이팅 앱 힌지(Hinge)의 오디오북 프로젝트 '노 오디너리 러브(No Ordinary Love)'에 나란히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 사람은 런던을 배경으로 현대 연애의 혼란스러움을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로 이미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들이다. 눈에 띄는 지점은 이들의 연애관이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가너는 크고 화려한 제스처를 선호하는 반면, 헌터는 조용하고 절제된 순간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쪽이다. 서로 다른 연애관을 가진 두 작가를 한 콘텐츠 안에 나란히 세웠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어느 한쪽이 옳다고 말하는 대신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기준을 견주어보게 만드는 구성을 택했다. 단순한 신간 홍보나 브랜드 협찬을 넘어, "무엇을 기준으로 사랑을 비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헌터는 2025년 소설 '선스트럭(Sunstruck)'을 발표했고, 가너는 2024년 '아이작(Isaac)'에 이어 2026년 신작 '오렌지(Orange)'를 앞두고 있다. 두 작가 모두 런던을 무대로 요즘 연애의 복잡함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정작 본인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극과 극이다. 가너에게 사랑은 눈에 보이는 확신, 즉 크고 분명한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에 가깝다. 반면 헌터는 말보다 태도, 화려함보다 꾸준함에서 사랑을 읽는다. 데이팅 앱이 콘텐츠 마케팅에 작가를 등판시키는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대개는 한 명의 인플루언서나 셀럽을 앞세워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단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처럼 상반된 연애관을 가진 두 명을 동시에 세워 독자와 청취자가 스스로 자신의 성향을 대입해볼 수 있게 만든 구성은, 정답형 마케팅에서 비교·자가진단형 콘텐츠로 옮겨간 사례로 읽힌다. 두 사람의 답을 나란히 놓고 들었을 때, 결국 판단의 몫은 브랜드가 아니라 독자에게 넘어간다는 점이 이전 방식과 가장 크게 갈리는 대목이다.
데이팅 앱 시장은 이미 스와이프 피로감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반복적인 매칭과 짧은 대화에 지친 이용자들에게 '가벼운 만남 도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는 시점에서, 힌지가 문학적 색채가 짙은 오디오 콘텐츠를 택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소설이라는 형식은 즉흥적 매칭과 달리 서사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장르이고, 그 작가들의 목소리를 빌려온다는 것은 '진지한 관계'를 표방하는 힌지의 브랜드 포지셔닝과도 맞닿아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헌터의 '선스트럭'이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았고, 가너의 '오렌지'가 출간을 앞둔 시기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발매 주기를 가진 두 작가를 한 콘텐츠에 묶은 것은, 신작 출간을 앞둔 작가와 브랜드 인지도를 다지려는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단발성 광고보다 지속적인 화제성을 노린 선택이라는 점에서, 경쟁 데이팅 앱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도 함께 지켜볼 지점이다. 셀럽 한 명의 얼굴을 내세우기보다 상반된 관점을 나란히 배치해 비교의 재미를 제공하는 쪽이, 포화 상태인 데이팅 앱 마케팅에서 상대적으로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노 오디너리 러브' 오디오북 자체의 공개 범위와 청취 방식이다. 힌지 플랫폼 안에서만 제공되는지, 별도 오디오북 서비스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는지에 따라 이 콘텐츠의 파급력이 달라진다. 두 번째로는 가너의 신작 '오렌지'의 정확한 출간 시점이다. 2026년 출간 예고만 알려진 상태여서, 구체적 일정이 나오면 이번 힌지 콘텐츠와의 연계 마케팅이 이어질지 가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 오디너리 러브'라는 이름 자체가 시리즈성을 암시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번이 첫 회차라면, 앞으로 다른 작가나 다른 연애관을 가진 인물들이 추가로 등장하며 '비교 가능한 연애 기준'을 계속 쌓아가는 콘텐츠 시리즈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는 데이팅 앱이 자사 서비스를 직접 홍보하는 대신,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을 나열해 이용자가 스스로 비교하게 만드는 새로운 브랜드 콘텐츠 문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지, 아니면 반복 가능한 포맷으로 자리잡는지가 이 시도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