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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구치의 곡선, 도쿄에만 허락하다

아렘, 아시아 첫 매장에 새 곡선을 꺼냈다

Spec SheetMeasured
DeskJuwon
FormatVerified
Checked2026-10-14
StatusDesk verified

파리에서 태어난 아이웨어 브랜드 아렘(AHLEM)이 10월 10일 도쿄 미나미아오야마에 일본·아시아 첫 플래그십 스토어 '아렘 도쿄'를 열었다. 디자이너 아렘 마나이 플라트가 2014년 설립한 이 브랜드는 그동안 로스앤젤레스, 베니스비치, 샌프란시스코, 파리, 뉴욕(2개 매장) 등 여섯 거점으로 매장을 넓혀왔고, 올해 하반기에는 파리 두 번째 매장을 오 마레 지구에 추가로 연다. 확장 지도 위에서 보면 도쿄는 숫자로 일곱 번째 매장일 뿐이지만, 비중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아렘에게 일본·미국·프랑스는 이미 핵심 3대 시장이고, 그중 일본은 브랜드가 태어난 2014년부터 12년째 꾸준히 존재감을 키워온 곳이다. 신규 진출이 아니라 오래된 관계를 정식 거점으로 바꾼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번 오픈은 흔한 매장 확장 뉴스와는 결이 다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아렘은 프랑스 오욘낙스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이탈리아산 아세테이트 프레임에, 유기적인 곡선과 정제된 기하학을 함께 담은 디자인으로 알려진 브랜드다. 매장을 열 때마다 그 도시, 그 동네의 결을 반영해 공간을 다시 설계해온 이력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도쿄가 받은 공간은 기존 여섯 거점과 무엇을 같게, 무엇을 다르게 가져갔을까. 이 비교 기준이야말로 보도자료의 '첫 아시아 매장'이라는 문구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려준다.

무엇이 달라졌나

아렘 도쿄는 네즈 미술관 건너편, 미나미아오야마와 니시아자부가 맞닿는 조용한 구역에 약 860제곱피트(약 24평) 규모 평옥형 파빌리온으로 지어졌다. 기존 매장들과 비교할 첫 번째 기준은 설계 주체다. 파리·LA·뉴욕 매장을 설계한 스웨덴 건축가 마야 베른빌이 이번에도 공간을 맡았지만, 처음으로 현지 건축가 하시무라 유이치(스튜디오 하시무라)와 공동 작업했다. 하시무라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스기모토 히로시의 신소재연구소에서 경험을 쌓은 뒤 독립해 르메르·이세이 미야케 매장을 설계해온 인물로, 이 협업 자체가 "해외 디자인을 그대로 이식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두 번째 기준은 선의 형태다. 아렘은 지금까지 이사무 노구치가 1927~28년 그린 '파리 앱스트랙션' 드로잉을 설계 모티프로 반복 사용해왔는데, 파리·뉴욕·LA 매장은 그중에서도 각지고 기하학적인 선을 골라 적용했다. 반면 도쿄 매장은 같은 드로잉 연작에서 음표나 쉼표를 닮은, 길게 가늘어지는 곡선을 새로 골라 공간 전체의 형태 언어로 삼았다. 외관은 옆 건물과 같은 크림색 세라믹 타일로 맞추고 양쪽에서 빛을 끌어들이며, 숲을 연상시키는 정원이 건축과 조경의 경계를 흐린다. 즉 같은 브랜드, 같은 영감의 출처를 쓰면서도 '어떤 선을 고르느냐'로 도시별 매장의 성격을 구분한 것이 이번 오픈에서 비교 가능한 핵심 변화다.

왜 지금인가

이 시점을 눈여겨볼 이유는 세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시장 측면에서 일본은 이미 아렘의 3대 시장 중 하나였는데도 정식 플래그십이 가장 늦게 들어섰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본토·거점 매장을 먼저 다지고, 이미 검증된 수요를 뒤따라 거점화하는 순서는 독립 럭셔리 브랜드가 과잉 확장 리스크를 줄이는 흔한 방식과 일치한다. 둘째, 같은 해에 파리 두 번째 매장(오 마레)과 도쿄 첫 매장이 함께 발표된 점은 확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소규모 아이웨어 브랜드가 한 해에 두 개 이상의 신규 거점을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자본과 수요 모두에서 여유가 생겼다는 뜻으로 읽을 만하다. 셋째, 입지와 레퍼런스의 선택이 공교롭다. 네즈 미술관 건너편이라는 위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갤러리가 흩어진 동네, 그리고 설계 레퍼런스로 직접 거론된 나오시마의 '유리 다실'과 오다와라 에노우라 측후소의 100m 갤러리는 모두 일본 내에서도 '건축 애호가가 찾아가는 장소'로 통한다. 해외 브랜드가 일본에 처음 들어올 때 흔히 쓰는 번화가 플래그십 문법과 달리, 조용한 주택가와 문화 레퍼런스를 고른 선택 자체가 이 매장이 관광객용 쇼룸이 아니라 안목 있는 현지 고객을 겨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 확인해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올해 하반기로 예고된 파리 오 마레 두 번째 매장이 도쿄에서 처음 쓴 '곡선형' 모티프를 이어받을지, 아니면 기존 매장들의 기하학적 선으로 돌아갈지다. 만약 도쿄의 곡선이 다음 매장에도 반복된다면, 이는 일회성 로컬라이징이 아니라 브랜드의 새로운 설계 어휘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 된다. 다른 하나는 가격·판매 방식이다. 프랑스 오욘낙스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되는 이탈리아산 아세테이트 프레임이라는 제작 조건은 그대로지만, 플래그십이 생긴 만큼 도쿄 매장 전용 컬러웨이나 한정판이 뒤따를 가능성을 열어둘 만하다. 아울러 이번 매장이 '카운셀링 룸'을 핵심 공간으로 설계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인데, 이는 단순 진열·판매가 아니라 얼굴형에 맞춘 피팅 상담을 매장 경험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 상담 중심 매장 모델이 다른 도시에서도 표준화될지, 아니면 도쿄 한정 실험으로 남을지가 다음 단계에서 비교해볼 기준이 된다. 매장 규모 역시 지켜볼 변수다. 약 860제곱피트는 기존 거점들과 비교해 크지 않은 축에 속하는데, 평수를 줄이는 대신 입지와 건축적 완성도에 투자하는 이런 선택이 향후 다른 아시아 도시 진출에도 같은 패턴으로 반복될지, 혹은 도쿄 성과에 따라 더 큰 규모의 2호점으로 이어질지도 다음 뉴스에서 확인해볼 지점이다. 아울러 아렘이 한 해에 파리와 도쿄 두 개 신규 거점을 동시에 여는 속도를 유지한다면, 그다음 도시는 어디가 될지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다.

#AHLEM#Ahlem Manai-Platt#Maja Bernvill#ACNE STUDIOS#STUDIO HASHIMURA#LEMAIRE
Repuse Lab · 2026-10-14 ·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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