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이유, 성분이 아니라 이름이었다
도쿄 표참도에서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가격의 비밀 마르쉐'에는 낯익은 바나나와 배, 심지어 두루마리 화장지까지 시장처럼 진열돼 있지만, 가격표를 들여다보면 바나나 한 개가 1만7500엔, 화장지 한 롤이 9600엔, 배 한 개는 3만1200엔으로 매겨져 있어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평소 마트에서라면 수백 엔 선에서 끝났을 이 평범한 품목들이 이 행사장 안에서만 수만 엔대로 둔갑해 있는 이유는, 실제로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가 평소 얼마나 쉽게 "천연유래"·"마법의"·"시즌 한정" 같은 수식어에 가격 판단을 맡기고 있는지를 디오디너리가 직접 체감하게 만들려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팔리지 않는 이 전시 상품들은 성분과 효능이 아니라 이름과 포장이 가격을 얼마나 밀어 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며, 이는 평소 원료 투명성과 저가 정책을 핵심 철학으로 내세워온 디오디너리이기에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더 큰 설득력을 가지는 동시에, 광고비와 화려한 패키징에 돈을 쓰는 대신 성분 농도와 가격표 자체로 승부해온 브랜드가 역으로 '가격이 어떻게 비싸지는가'를 공개적으로 해부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단순한 체험 부스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격이라는 가장 직관적인 숫자로 번역한 선언에 가깝다.
기존 뷰티 브랜드의 체험형 팝업은 보통 신제품을 직접 발라보거나 향을 맡아보는 사용 경험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이번 가격의 비밀 마르쉐는 제품이 아니라 가격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체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평범한 배 한 개에는 하이드로 크리스탈 수분차지볼이라는 이름이 붙어 3만1200엔, 평범한 바나나에는 천연유래 매직 에너지차지 바라는 이름이 붙어 1만7500엔, 화장지에는 고밀착 클렌징롤이라는 이름이 붙어 9600엔이라는 가격표가 달렸다. 여기서 핵심은 상품의 실체는 그대로인데 이름만 바뀌었다는 점이며, 이는 소비자가 가격을 판단할 때 성분표나 용량이 아니라 단어가 주는 인상에 먼저 반응한다는 사실을 거꾸로 증명하는 장치다. 더 나아가 추가 옵션 매장 코너에서는 300엔짜리 아보카도를 저울에 올려놓고 시즌 한정, 100% 천연유래 같은 문구를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표시 가격이 올라가는 과정을 눈으로 보여주는데, 순식간에 가격이 3만엔을 넘어서는 장면은 같은 상품에 수식어 몇 개만 더해도 가격이 100배 가까이 뛸 수 있다는 것을 숫자로 체감하게 한다. 즉 이번 이벤트가 달라진 지점은 제품을 홍보하는 체험에서 가격을 해부하는 체험으로 옮겨간 것이며, 소비자가 평소 비교 없이 지나쳤던 가격과 표현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수치화해서 보여준다는 데 있다. 2인 1조로 진행하는 매칭 게임인 오늘의 추천 챌린지 역시 같은 맥락인데, 야채와 과일을 보고 어울리는 상품명과 가격 카드를 30초 안에 맞히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어, 가격과 표현의 관계를 이번에는 직접 맞혀보게 함으로써 체험의 각도를 한 번 더 바꿔놓았다.
화장품 업계에서 가격의 비밀을 공개적으로 다루는 이벤트가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디오디너리라는 브랜드가 2016년 설립 이후 줄곧 지켜온 운영 방식이 깔려 있다. 광고비와 고급 포장에 비용을 들이는 대신 임상 연구 기반의 고농축 성분을 낮은 가격에 제공해온 이 브랜드는 전 세계 45개국 이상에서 판매되며 성분과 가격의 투명성이라는 포지셔닝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쌓아왔는데, 이번 마르쉐는 그 철학을 말이 아니라 체험으로 번역한 결과물에 가깝다. 시점으로 보면 이번 행사는 일본 시장에서의 유통 확대를 앞둔 시점에 놓여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신규 진출 지역에서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는 왜 이렇게 싼가라는 의문을 해소시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가격이 싸다는 사실만 강조하면 오히려 품질에 대한 의심을 살 수 있는 반면, 비싼 제품들이 비싼 이유 자체를 체험하게 만들면 상대적으로 디오디너리의 가격 정책이 더 설득력을 얻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동시에 최근 뷰티 시장 전반에서 성분주의와 가성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유명 브랜드 하나의 가격표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올려보는 게임 형태로 설계한 점은, 설명을 듣는 것보다 직접 체험했을 때 메시지가 훨씬 오래 남는다는 효과를 겨냥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 시점에 이런 체험을 설계한 이유는, 가격이 아니라 가격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비교 대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금 시장에 던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이벤트 자체는 10월 11일로 끝나지만, 디오디너리가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단발성 화제보다 긴 호흡의 유통 전략이라는 점에서 이어볼 지점이 명확하다. 브랜드 측은 내년에 걸쳐 일본 전국의 버라이어티숍 등으로 취급처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이번 체험이 단순 이벤트성 홍보가 아니라 신규 유통망 확대에 앞서 브랜드 인지와 신뢰를 먼저 쌓아두려는 사전 작업이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비교해볼 만한 지점은 앞으로 늘어날 매장에서 실제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과, 이번 마르쉐에서 과장되게 붙여진 가상의 가격표 사이의 간극이다. 디오디너리의 실제 판매가는 통상 7~15달러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수치를 이번에 체험한 수식어가 더해진 가격과 나란히 놓고 보면, 소비자가 평소 다른 브랜드 매장에서 마주치는 고가 제품들이 실제로 어떤 근거로 그 가격을 받고 있는지를 되짚어보는 기준점이 생긴다. 앞으로 비슷한 체험형 마케팅이 다른 성분주의 브랜드로 확산될지, 그리고 디오디너리가 일본 유통 확대 이후에도 이 가격 투명성 메시지를 매장 안에서 어떻게 이어갈지가 다음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특히 버라이어티숍처럼 다양한 브랜드가 한 공간에 나란히 진열되는 유통 채널로 들어간다는 점은, 소비자가 옆 선반의 고가 제품과 디오디너리의 가격표를 실제 매장 안에서 곧바로 나란히 비교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어서, 이번 체험형 이벤트가 던진 질문이 매장 안에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바로가기 등록하시면, 더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