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기·타키사다·산웰, 텍스타일EC 연합
일본의 섬유 도매상 3사가 각자 운영해온 텍스타일 전자상거래(EC) 사이트를 서로 연결하기로 했다. 야기의 "파브리(Fably)", 타키사다의 "타키사다 온라인 스튜디오", 산웰의 "산웰넷"이 각각의 플랫폼에서 상대 회사가 보유한 생지 재고를 함께 노출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구조다. 지금까지 법인 대상 원단 거래는 담당 영업사원을 통한 개별 문의와 견본 요청이 기본이었던 만큼, 경쟁 관계에 있던 도매상 3사가 재고를 상호 개방하기로 한 결정 자체가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초기 연동 품번은 30개로 크지 않지만, 3사가 각각 1500~2000개 품번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표는 시작 단계일 뿐 앞으로 연동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예고에 가깝다.
그동안 텍스타일 도매 시장에서 각 업체의 EC 사이트는 자사 재고만 보여주는 폐쇄형 구조였다. 이번 연계로 야기의 파브리에 접속한 구매자는 산웰의 산웰넷이나 타키사다의 온라인 스튜디오가 보유한 생지도 같은 화면에서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즉 어느 사이트로 들어가든 3사의 재고를 넘나들며 비교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뀐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원하는 원단을 찾으려면 회사마다 따로 접속해 재고를 확인하거나, 영업 담당자에게 개별적으로 문의해야 했다. 이번 조치로 그 과정이 한 화면 안에서 끝나는 셈이다. 초기 연동 품번은 30개로 각사가 보유한 1500~2000개 품번에 비하면 극히 일부지만, 3사는 앞으로 연동 품번을 순차적으로 늘려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규모보다 방향성이 뚜렷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첫 단계인 30개 품번은 상호 개방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협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산웰이 운영해온 산웰넷의 존재다. 산웰넷은 25년 전 서비스를 시작한 텍스타일 EC의 선구자 격 플랫폼으로, 현재는 거래 건수 기준으로 전체의 7~8할이 EC를 통해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오프라인 영업과 견본 유통이 중심이던 원단 도매 업계에서, 한 회사의 거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번 3사 연합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산웰은 재고를 쌓아두고 파는 정형 스톡 서비스에 더해, 생산 전 단계에서 미리 주문을 받는 선행수주 서비스도 함께 운영해왔고, 타키사다의 울 생지를 이 방식으로 시범 판매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는 점도 이번 협업의 실마리가 됐다. 법인 대상 거래에서도 온라인 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이미 실적으로 증명된 상황에서, 경쟁사끼리 재고를 나누는 결정은 각자 사이트의 트래픽과 편의성을 키워 시장 전체의 EC 전환 속도를 함께 끌어올리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개별 업체 하나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보다, 여러 회사가 재고를 공유해 구매자 선택지를 넓히는 쪽이 결과적으로 EC 이용률을 더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연동 품번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가다. 30개로 시작한 연동 품번이 각사가 보유한 1500~2000개 규모에 가까워질수록, 구매자 입장에서는 한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원단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 이 확대 속도가 이번 협업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번째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산웰이 시범 운영해온 선행수주 서비스가 3사 연합 안에서 어떤 형태로 확장되는지다. 생산 전 단계에서 미리 주문을 받는 방식이 타키사다의 울 생지 사례에서 호평을 받은 만큼, 다른 회사의 품목으로도 이 방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이번 연합이 3사에 국한될지, 아니면 다른 섬유 도매상들도 합류하는 형태로 커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누구나 접속해 여러 공급사의 원단을 비교하고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방향이 공식적으로 제시된 만큼, 참여사가 늘어날수록 구매자에게 돌아가는 선택지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된다. 결국 이번 발표가 일회성 제휴에 그칠지, 법인 대상 텍스타일 거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는 향후 품번 확대 속도와 참여사 확장 여부에 달려 있다.